현직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대학원생, 취업준비생, 다른 현직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한달에 한 번 발행예정)
직무 및 배경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연수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P 라고 합니다. 연수연구원은 흔히 포닥(Postdoc)이라고 불리는 박사후 연구원이라고 보시면 돼요. 저는 입사한 지 이제 1년이 되어가는 신입포닥입니다. 이곳에서는 과제 단위로 연구 인력을 배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 연구 과제가 필요로 하는 인력에 따라 연수연구원이 선발되고, 선임연구원이 이 과제를 관리하게 됩니다.
제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기관에서 수행하는 연구 과제에 대한 실험이고, 다른 하나는 PI (Principal Investigator, 연구책임자)의 개인 과제 수행입니다. 제가 직접 과제를 기획하고 작성하기도 하고, PI와 함께 협력하여 과제를 준비하는 경우도 많아요. 최근에는 실험과 과제 디자인, 작성을 균형 있게 진행하고 있는 편이에요. 기관 내 대학원생들과 협업해서 실험의 실질적 수행 뿐만 아니라 연구 기획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편이고요.
2. 이 직업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중학교 시절부터 생명공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특히, 부정적인 이슈이긴 했지만..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큰 영감을 주었고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대학에서는 다양한 수업을 들으면서 특히 면역학과 세포생물학에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요. 그래서 대학원 진학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는데요. 학부 과정에서 전공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대학원에서는 면역학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박사 과정에서는 연구의 방향성과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물론, 박사 과정이 쉬운 여정은 아니었어요.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연구자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버텼고, 지금까지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3. 해당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했나요?
중학교 시절부터 생물학에 대한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는 과학 과목들을 심화적으로 선택했고, 대학교에서는 환경공학을 전공하면서 생명공학을 복수전공으로 이수했어요. 면역학과 유전공학 등 세부 전공 수업들을 들으면서 연구에 대한 흥미를 키웠고요.
그리고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여러 연구소와 대학원을 탐방하며 인턴십 경험을 쌓았는데요. 특히 GIST(광주과학기술원) 에서의 인턴십을 통해 연구 환경과 저의 생활 패턴도 파악할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서울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았어요. 졸업 후에는 브릭(BRIC) 등 연구자 커뮤니티를 활용해 채용 정보를 찾아 지원했고, 학내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소서 첨삭과 면접 준비도 했었고요.
4. 하루 일과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저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편이에요. 하루 일과는 연구 프로젝트와 실험 스케줄에 따라 유동적인 편이고요. 보통 아침에는 셀 컬처 상태를 확인하고, 예정된 실험을 진행해요. 실험이 없는 날에는 연구 과제 작성이나 문헌 검토에 집중하고요. 매주 월요일에는 랩 미팅을 통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계획을 점검하는 편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과제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기관 내에서 진행중인 치료제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 연구로 폐 및 피부 섬유증 치료제 개발에 관한 것이에요. 각 과제는 세부적으로 약물 테스트와 실험 설계 등이 포함되고, 연구 목표에 따라 유연하게 하루 일정을 조정하는 편이에요.
전문성 및 성장
1. 전공과 실제 직무 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대학원에서는 면역학을 중심으로 연구했는데, 현재 일하고 있는 연구실은 세포생물학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면역학은 면역세포가 발현하는 단백질 기반 연구가 주를 이루는데요. 세포생물학은 세포 내부의 시그널링 단백질을 들여다보고 암세포, 혈관내피세포, 상피세포 등 면역세포 이외에 다양한 세포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면역학적 효과를 시스템적으로 관찰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편인데, 지금은 세포가 변화하는 과정과 그 변화의 시그널 전달 메커니즘을 깊이 탐구하고 있어요. 많이 다르죠. In vivo 실험보다 In vitro 실험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요. 세포 내부를 파고들어 시그널링까지 면밀히 분석하는 방식이라서 연구의 초점과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고 느껴요.
2. 현재 직무를 통해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기술적으로 새롭게 배우는 부분도 있지만, 연구를 기획하는 방식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사실 대학원생때에는 방목형 지도교수님의 스타일에 따라 거의 모든 것을 제가 주도적으로 책임지고 진행했었는데요 (웃음), 지금은 PI가 키워드와 방향성을 제시하면 그에 맞춰 구체적인 연구 계획을 세우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PI가 특정 키워드나 관찰해야할 분자를 지정해주면 그 분자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조절되는지 제가 직접 찾아보고 작성하는 방식으로 과제를 준비해요. 이런 과정에서 연구의 큰 그림을 구상하고 구체화하는 능력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과제를 준비하면서 관련 문헌을 탐구하고, 스스로 고민하며 계획을 세워가는 과정 전반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3.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실험실 내에서 모든 실험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인 것 같아요. 다른 실험실이나 공용 기기실의 장비를 사용하거나, 협업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입사한지 얼마 안된 시점이라면.. 협업을 하기에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죠. 아직 다른 연구실원들을 잘 모르고 새로운 기관의 시스템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그럼 학위 과정 중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박사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주제를 정하고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 그 자체였어요. 랩장을 맡았을 때에도 힘들었지만 그것보다 학위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가 부족한 상태에서 스스로 방향을 찾아야 했다는 점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엄청난 압박감과 자책감으로 힘들었지만, 감사하게도 실험실 선배의 조언과 도움으로 작은 성과부터 하나씩 쌓아가며 극복할 수 있었어요. 논문 작성과 실험 계획을 단계적으로 정리해 나가면서 자신감도 회복할 수 있었고요. 이후에는 스토리와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4. 다양한 선택지 중 이 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신거네요) 그러게요 (웃음). 지금 돌이켜보면 연구의 과정은 제 성향과는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생명공학과 면역학이라는 분야에 가지는 흥미 덕분에 계속해서 이 길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박사 과정 동안에는 정신적 압박과 졸업 스트레스 때문에 이 분야를 선택한 것을 후회할 때도 있었지만.. 졸업을 한 이후로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마음과 환경에서 일해서 그런지 지금은 이 분야를 선택한 것이 만족스러운 편이에요. 연구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여전히 흥미를 느끼고 지금의 환경이 저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요.
취업 및 진로
1. 이 직종에 취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준비는 무엇일까요?
연구라는 게 기본적으로 지식에 기반한 일이다 보니, 전공 지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생물학, 화학 등 특정 분야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연구자로서는 중요한 밑바탕이 될 수 있는 거죠.
물론 실험을 위한 손재주나 될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 그리고 동시에 여러 실험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센스도 필요하지만, 이런 것들은 일을 하면서 길러질 수도 있어요. 다만 전공 지식에 대한 흥미가 없다면 연구라는 직종에 발을 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봐요.
2. 대학원 진학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얼마나 중요한가요?
대학원 진학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연구직이라면 연구를 해본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특히 논문을 읽고 연구를 이해하는 능력은 기본인데, 학부 과정만으로는 논문을 제대로 접하거나 다뤄볼 기회가 아무래도 적죠.
(그럼 꼭 박사까지 따야할까요?) 석사와 박사 과정의 차이는 연구직에서의 역할과 관련이 있어요. 예를 들어, 연구를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제안서를 준비하는 데는 박사 과정에서의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봐요. 반면에 연구에서는 실험 프로토콜을 보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도출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건 석사 과정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해요. 그러니까 연구직을 하려면 대학원 진학은 필수지만, 석사까지만 해도 충분한 경우가 많아요.
3. 취업준비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인턴십이나 경험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인턴십 기회가 많지 않다고 하지만, 제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추천드릴게요. 현재 저희 연구실에서도 대학생 인턴 두 명이 활동 중인데, 그중 한 명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한 명은 대학내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온 경우예요. 이런 프로그램은 정부나 학교에서 비용 지원을 받으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좋아요. 경쟁이 치열할 수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지원해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재학중인 학내 연구실에서 제공하는 방학 인턴십 프로그램도 추천드려요. 방학 동안 단기적으로 실험에 참여해보는 경험은 분명히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어요. 특히, 좋은 연구실에서의 경험은 이후 진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죠. 마지막으로, 제가 대학원 준비할 당시에는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 지는 모르겠네요..GIST(광주과학기술원) 같은 곳에서는 한 달 동안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실험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어요. 이런 다양한 기회를 통해서 대학원 입학까지 이어지기도 하니, 관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들을 알아보는 걸 추천해요.
4. 생명과학 직종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
장점
생명과학 분야는 자율성이 큰 직종이에요.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죠. 학회 참석이나 연구 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여지도 많고요. 또,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안전한 분야하고 생각해요. 기계를 다루거나 화학 물질을 다루는 다른 공학 분야에 비하면, 생명과학 실험은 사고 위험이 적어요. 물론 감염 등 질병 노출의 위험이 있을 수는 있지만, 가이드를 잘 따른다면 거의 발생하지 않고 폭발 사고 같은 위험도 드물죠.
-
단점
분야의 특성상 폐쇄적인 분위기가 단점이 될 수 있어요. 같은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학회나 연구 활동에서 마주치는 인맥들이 점점 좁아지고, 같은 사람들을 반복해서 만나게 되거든요. 그래서 다소 고립적이라고 느낄 때가 있어요.
산업 전망 및 조언
1. 직무 분야에서 현재 주목받는 연구나 산업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현재 바이오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는 암 치료예요. 이 분야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유망할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기술 발전 덕분에 개인 맞춤형 치료제가 각광받고 있어요. 예를 들어, CAR-T 치료나 항체 단백질을 활용한 맞춤형 치료법이 대표적이에요. 특정 타겟에 딱 맞는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활발하죠.
또, 빅데이터와 AI의 접목이 연구의 중요한 흐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으로 타겟 펩타이드를 설계하거나 RNA 시퀀싱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하는 방식은 이미 대세가 되었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 같아요. 이제는 단순히 한 분야만 파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다양한 학문을 융합하는 융복합적인 접근이 필수적인 시대가 된 것 같아요.
2.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시나요?
주어진 환경에서 계속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이전에 했던 일 중 하나는 펩타이드 라이브러리에서 특정 타겟 단백질과 결합하는 펩타이드를 찾아내는 연구였어요. 10조 개 이상의 조합 중에서 후보를 찾아내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시퀀싱 기술을 활용하기도 하고요. 학회에 참석해서 새로운 기술을 눈여겨보기도 하고, PI가 추천해 주는 새로운 시도들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노력해요. 이런 자세가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3. 앞으로 생명과학 분야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생명과학 분야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생각해요. 요즘 트렌드를 보면 개인의 특성과 맞춤형 접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잖아요. 치료분야에서도 사람마다 발현되는 질병의 특성이 다르다 보니, 개인 맞춤형 치료제 연구가 필수가 되고 있어요.
화학적 제제는 비교적 변하지 않는 성질이 있지만, 생물학적 제제는 변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요. 특히, 시퀀싱 기술 발전은 생물학 연구의 속도를 크게 높이고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도 바이오 분야가 크게 주목받았고, 앞으로도 다른 기술과 융합해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하지만 융합 능력이 없다면 발전 속도에 뒤처질 위험도 있다고 생각해요.
4. 이 분야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이 분야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한 직종이에요. 사회적으로 봤을 때, 다른 직종의 친구들처럼 빠르게 경제적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연구직은 긴 시간 동안 꾸준히 투자하고 끈기 있게 이어가는 일이 중요하죠. 연구는 결과가 바로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끝까지 해내면 결국에는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노벨상도 결국 많은 실패를 딛고 나온 결과물이잖아요 (웃음). 연구는 그런 인내의 과정을 요구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연구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빨리 다른 길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어요. 본인의 길을 끈기 있게 찾아가되, 방향 전환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5.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네요. 재밌었어요 (웃음). 제가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을 때에도 이런 것들을 알았더라면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이 분야에서 일하기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제 이야기가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취향과 관심사
좋아하는 책: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랩걸 이에요. 여성 과학자가 쓴 책이라 그런지 쉽게 읽히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가장 좋아하는 과학적 사실/발견: 센트럴 도그마.
일을 하면서 얻은 질병/직업병: 비만과 내장지방, 그리고 전반적인 체력 저하. 졸업하고 비교적 건강해졌어요 (웃음).
요즘 머릿속을 많이 차지하는 생각: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 에 빠져 있어요.
요즘 고민: 결혼 그리고 부수입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고민 중이에요.
좀비 아포칼립스가 터진다면: 해독제를 만들어 세상을 구하고 싶어요. 해독제 연구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좀비를 뚫고서라도 실험하러 갈 것 같아요 (웃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대학교 졸업 시점이나 고등학교 졸업 시점으로 돌아가 재수를 다시 하거나 대학원 선택을 다시 고민해보고 싶어요.
종교 및 신념: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교회는 출석하지 않고 있어요. 신의 존재는 믿어요.